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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 : 일상 속 페미니즘을 다시 묻다

bookjini 2025. 3. 27. 11:44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

 

페미니즘은 오랫동안 ‘여성의 권리를 위한 운동’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페미니즘은 단순한 권리 운동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묻는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이 되었다.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대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책이다.

이 글에서는 책에서 다루는 개념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의 개인적 경험과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결합해 ‘지금, 여기에서의 페미니즘’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페미니즘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계속해서 작용하는 문제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1. 나의 첫 페미니즘 경험 – 일상에서 마주한 차별

나는 페미니즘을 학문적으로 접하기 전에, 일상에서 경험한 차별을 통해 처음 그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남자아이들과 똑같이 뛰어놀기를 좋아했던 나는 “여자는 얌전해야 해”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여성은 감정적이라 힘든 상황에서 버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이러한 순간들은 당시에는 단순한 개인적인 경험처럼 보였지만, 돌이켜보면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특정한 모습과 역할을 강요하는 구조적인 문제였다. 나는 단순히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인데, 주변에서는 그것이 ‘여성답지 않다’는 이유로 제약을 두었다. 이런 경험들은 반복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행동을 검열하기 시작했다.

책에서 설명하는 ‘젠더 규범(gender norms)’과 ‘구조적 차별(structural discrimination)’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경험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단순히 나 혼자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특정한 태도를 강요받고,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에 맞서야 한다. 그러한 차별이 너무 오랫동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문제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결국, 이러한 일상의 차별이 쌓이고 쌓여 여성들의 삶을 제한하고, 그들의 가능성을 가로막는다. 나의 경험이 단순한 개인적인 불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나는 페미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 한국 사회에서의 페미니즘 – 미투 운동 그 이후

책에서는 현대 페미니즘이 개인의 경험을 정치적 발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투(#MeToo) 운동이다.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과 성희롱을 고발하면서, 개인적인 고통이 사회적 문제로 드러났다.

그러나 미투 운동 이후의 변화를 살펴보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많다.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고도 2차 가해를 당하거나, 법적 조치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우리는 미투 이후, 얼마나 변했는가?” 단순히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페미니즘은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사회 전반적인 구조와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미투 운동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해자들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다. 사회는 피해자의 용기를 칭찬했지만, 정작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페미니즘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단순히 문제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우리는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성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 시스템을 확립하며, 성차별적인 문화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미투 운동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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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직장과 가정에서의 페미니즘 – 워킹맘의 현실

책에서 다루는 ‘교차성(intersectionality)’ 개념을 생각하며, 주변에서 마주하는 워킹맘들의 현실을 떠올렸다. 교차성은 성별, 계급, 인종 등 다양한 사회적 차별이 동시에 얽혀 있는 구조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이는 단지 하나의 차별만을 겪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차별을 동시에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한 친구는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었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휴직 후에도 승진에서 밀릴 것이 뻔하다는 이유였다.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기는 했지만, ‘주 양육자는 여성’이라는 인식 속에서 결국 모든 부담은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역할’이 육아와 가사로 규정되어 있으며, 남성들이 이 역할을 분담한다고 해도 사회적 인식이 따라주지 않는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워킹맘들이 겪는 차별은 더 심각하다. 직장 내에서 여성이 승진하려면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 결과, 많은 여성들이 경력 단절을 겪게 되며, 그 이후의 경제적 자립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리버럴 페미니즘’은 여성의 법적 권리와 경제적 기회를 강조하지만, 과연 기회만 제공되면 문제가 해결될까? 단순히 여성 CEO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여성들이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육아나 가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여성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모든 가정이 안정적으로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적인 장치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부모가 함께 육아를 담당하고, 직장에서는 능력에 따라 승진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엄마’라는 이유로 경력을 단절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4. 외모 강박과 여성성 –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책에서 ‘포스트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도 다루는데, 이는 ‘페미니즘 이후의 시대’를 의미한다. 법적 평등이 이루어진 시대에도 여전히 여성들은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사실, 페미니즘 운동이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은 제한적이다. 여전히 여성들은 ‘여성스러움’을 강요받고,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외면당할 때가 많다.

나는 ‘외모 강박’ 문제를 떠올렸다. 한국 사회에서 ‘꾸밈 노동’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화장을 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최근에는 남성들도 외모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지만, 여성에게 요구되는 기준과 비교할 수는 없다. 여성들의 ‘예쁘고 얌전한’ 이미지는 광고, TV, 인터넷 등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불쌍한’ 존재로 여겨지기 일쑤다.

이는 과연 개인의 선택일까? 아니면 사회가 만든 또 다른 억압일까? 우리는 여성들이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포스트페미니즘은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법적 평등을 얻었지만, 여전히 외모에 대한 강박은 여전하다. 사회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압박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는 ‘여성성’을 정의하는 또 다른 억압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사회가 강요하는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페미니즘적 실천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스러움’을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자아를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여성다움’을 강요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이상이 아닐까?


5. 페미니즘은 계속된다 –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은 페미니즘이 더 이상 특정한 이념이 아니라,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도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한 힘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페미니즘이 단순한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젠더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 계급 문제까지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사회에서 억압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핵심이다. 페미니즘은 한 세대의 운동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의 각기 다른 문제에 맞춰 진화하는 사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가?” 이는 나만의 질문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그리고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실천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아닐까?

페미니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페미니즘은 이제 더 이상 ‘여성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 움직임이며,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실천을 고민해야 한다.